다산 독역법 · 부록

易論 역론

정약용 원문

한문 원문

易。何爲而作也。聖人所以請天之命。而順其旨者也。夫事之出於公正之善。足以必天之助之成。而予之福者。聖人不復請也。事之出於公正之善。而時與勢有不利。可以必其事之敗。而不能受天之福者。聖人不復請也。事之不出於公正之善。而逆天理傷人紀者。雖必其事之成。而徼目前之福。聖人不復請也。唯事之出於公正之善。而其成敗禍福。有不能逆睹而縣度之者。於是乎請之也。雖然聖人能切切然請之。天不能諄諄然命之。則天雖欲告之成而勸之使行。末由也。又雖欲告之敗而沮之使勿行。亦末由也。聖人是憫。蚤夜以思。仰而觀乎天。頫而察乎地。思有以紹天之明而請其命者。一朝欣然拍案而起曰。予有術矣。於是以手畫地。爲奇偶剛柔之形曰。此天地水火。變化生物之象也。〈此八卦〉因以爲之進退消長之勢曰。此四時之象也。〈此十二辟卦〉又取之爲升降往來之狀曰。此萬物之象也。〈此五十衍卦〉於是取其所畫地爲奇偶剛柔之勢者。玩其象憶其似。若得其髣髴者而命之名曰。此馬也彼牛也。此車也彼宮室也。此戈兵也彼弓矢也。著之爲法式。冀天之因其名而用之。雖人立之名。非天之所以爲實。然天苟欲鑑吾誠而告之故。則亦庶幾因吾之所爲名而遂以是用之也。〈此說卦〉於是出于野。取芳草若干莖。與其所爲升降往來者。合其數以相應。敬以藏之於室而待之也。〈此蓍策五十〉每有事。出而握之。旣又爲之劈而四之曰。此四時之象也。又于是散之聚之。參伍之變通之曰。此萬物之象也。旣已算其數而著其形。形成而體立。〈此筮得一卦〉於是取所謂馬牛車宮室戈兵弓矢髣髴之象。察其所升降往來之跡。而其形之或全或虧。或相與或相背。其情之或舒或蹙。或可悅或可憂可恃可懼可安可危者。無不以其髣髴者而玩之。〈此占其吉凶〉玩之誠吉。於是乎作而言曰天其命予而行之矣。玩之誠不吉。兢兢然莫之敢行。此易之所爲作也。此聖人之所以請天之命而順其旨者也。曰然則卜亦然。亦所以請天之命而順其旨者也。聖人何不尊之爲六經使其書亡也。曰卜之兆也。直以著其吉凶之成象。方功義弓。各有定體。雨霽蟊圛。各具本色。體一百二十而其繇什之。故不相用。不相用則其升降往來之象。不寓於其中也。故當大事。以之請天之命而紹天之明則長於易。若夫居而玩其辭。因以審其進退存亡之故。而知其所以自處也。則唯易有之。故聖人唯易。

奠楹之後二千二百八十五年春。〇洌水丁鏞撰。〈丙寅春〉

한국어 번역

《역》은 무엇을 위해 지어졌는가? 성인이 하늘의 명을 묻고 그 뜻을 따르기 위해서이다. 일이 공정하고 바른 선에서 나와 하늘이 도와 이루어 복을 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으면, 성인은 다시 묻지 않는다. 일이 공정하고 바른 선에서 나왔으나 때와 형세가 불리하여, 그 일이 반드시 실패하고 하늘의 복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도 성인은 다시 묻지 않는다. 일이 공정하고 바른 선에서 나오지 않아 천리를 거스르고 인륜을 해치는 것이라면, 비록 그 일이 이루어져 눈앞의 복을 얻을 것이 분명해도 성인은 다시 묻지 않는다. 오직 일이 공정하고 바른 선에서 나왔으나, 그 성패와 화복을 미리 내다보거나 멀리서 헤아릴 수 없을 때에야 하늘에 묻는다. 그러나 성인은 간절히 물을 수 있어도 하늘은 사람처럼 자세히 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하늘이 성공을 알려 행하도록 권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고, 또 실패를 알려 행하지 말도록 막고 싶어도 그럴 방법이 없다. 성인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아침부터 밤까지 생각하였다. 위로 하늘을 우러러보고 아래로 땅을 살피며, 하늘의 밝음을 이어 그 명을 물을 방법을 생각했다. 하루는 기쁘게 책상을 치고 일어나 말했다. “내게 방법이 있다.” 이에 손으로 땅에 그어 홀짝과 강유의 형상을 만들고 말했다. “이것은 하늘과 땅과 물과 불이 변화하여 만물을 낳는 상이다.”〔이것이 팔괘이다.〕 이어 그 형상으로 나아가고 물러나며, 사라지고 자라나는 형세를 만들고 말했다. “이것은 네 철의 상이다.”〔이것이 십이벽괘이다.〕 또 이를 취하여 오르고 내리며 가고 오는 모양을 만들고 말했다. “이것은 만물의 상이다.”〔이것이 오십 연괘이다.〕 그런 다음 땅에 그려 놓은 홀짝과 강유의 형세를 취하여 그 상을 살피고 닮은 모습을 떠올렸다. 마치 그 어렴풋한 모습을 얻은 듯하면 이름을 붙여 말했다. “이것은 말이고 저것은 소이며, 이것은 수레이고 저것은 궁실이며, 이것은 창과 병기이고 저것은 활과 화살이다.” 이를 법식으로 드러내어 하늘이 그 이름을 따라 사용하기를 바랐다. 비록 사람이 세운 이름이어서 하늘이 실제로 만든 것은 아니나, 하늘이 진실한 내 마음을 살펴 연유를 알려 주고자 한다면, 내가 만든 이름을 따라 결국 그것을 쓰기를 바란 것이다.〔이것이 「설괘전」이다.〕 이에 들로 나가 방향초 줄기 여러 개를 취하여, 그가 만든 오르내림과 왕래의 수와 맞춰 서로 응하게 하였다. 경건하게 방 안에 보관하여 때를 기다렸다.〔이것이 시초 오십 개이다.〕 일이 있을 때마다 시초를 꺼내 손에 쥐었다. 또 이를 갈라 네 줄기씩 헤아리며 말했다. “이것은 네 철의 상이다.” 또 이를 흩고 모으며, 셋과 다섯으로 참작하고 변통하며 말했다. “이것은 만물의 상이다.” 이미 그 수를 산출하고 그 형상을 드러내니, 형상이 이루어지고 괘체가 세워졌다.〔이것이 점을 쳤을 때 하나의 괘를 얻는 것이다.〕 이에 이른바 말과 소와 수레와 궁실과 창병과 활살 등의 어렴풋한 상을 취하고, 오르내리고 왕래한 자취를 살폈다. 그 형상이 온전하거나 손상되고, 서로 함께하거나 등지고, 그 정세가 펴지거나 움츠러들며, 기뻐할 만하거나 근심할 만하고, 믿을 만하거나 두려워할 만하고, 평안하거나 위태로운 모든 것을 이 어렴풋한 모습으로 살피지 않음이 없었다.〔이것이 그 길흉을 점치는 것이다.〕 살펴 정말 길하면 이에 일어나 말했다. “하늘이 내게 명하셨으니 행하겠다.” 살펴 정말 길하지 않으면 전전긍긍하여 감히 행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역》을 지은 까닭이요, 성인이 하늘의 명을 묻고 그 뜻을 따른 방법이다. 물었다. “그렇다면 거북점도 그렇지 않습니까? 역시 하늘의 명을 묻고 그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성인은 어찌하여 거북점을 높여 육경의 하나로 삼지 않고 그 책이 없어지게 하였습니까?” 답하였다. “거북점의 조짐은 직접 길흉이 이미 이루어진 상을 드러낼 뿐이다. 방(方)·공(功)·의(義)·궁(弓)의 조짐에는 각기 정해진 형체가 있고, 우(雨)·제(霽)·모(蟊)·역(圛)에는 각기 본래의 기색이 갖추어져 있다. 조짐의 형체가 백이십 가지이고 그 점사는 그 열 배이므로, 서로 통용하지 못한다. 서로 통용하지 못하면 오르내림과 왕래의 상이 그 가운데 깃들 수 없다. 그러므로 큰일을 맞아 거북점으로 하늘의 명을 묻고 하늘의 밝음을 이어 주는 데서는 거북점이 시초점보다 낫다. 그러나 평소에 머물며 그 글을 음미하고, 그로 말미암아 나아가고 물러나며 존속하고 멸망하는 이치를 살펴, 자신이 처신할 방법을 알고자 한다면 오직 《역》에만 그런 기능이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오직 《역》을 중시하였다.”

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 이천이백팔십오 년이 되는 해의 봄. ○ 열수 정용이 짓다.〔병인년 봄〕.

핵심

정약용은 《주역》을 예측술이 아니라, 바른 일의 성패를 인력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때 성인이 천명(하늘이 맡긴 것으로 이해한 공적 사명)을 묻도록 마련한 기호와 해석의 체계로 설명한다. 팔괘(세 효로 이룬 여덟 기본 괘)·십이벽괘·오십 연괘(한 괘에서 효를 차례로 옮겨 이어 만든 괘), 《설괘전(팔괘의 성질과 상징을 풀이한 글)》의 물상, 시초 조작과 길흉 판단이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서사적으로 보여 준다. 거북점은 중대사의 단정에 뛰어나지만, 진퇴와 존망의 이치를 글로 음미하며 자기 처신을 배우는 데서는 《주역》이 독보적이라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