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03 卦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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屯 준

아래괘 震 우레 · 위괘 坎 물

이 차례에 놓인 까닭서괘전

천지 사이를 가득 채운 것은 오직 만물이므로 준괘로 이었다.

괘사

한문 원문

元亨,利貞。勿用有攸往,利建侯。

한국어 번역

원형, 이정. 물용유유왕, 이건후.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나아갈 바를 두지 말라.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

단전

한문 원문

屯,剛柔始交而難生,動乎險中,大亨貞。雷雨之動滿盈,天造草昧,宜建侯而不寧。

한국어 번역

준은 굳센 것과 부드러운 것이 처음 사귀어 어려움이 생기고, 험함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크게 형통하고 바르다. 우레와 비의 움직임이 가득하고, 하늘이 만물을 처음 만들 때라 어둡고 어수선하니, 제후를 세우고도 편안히 있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대상전

한문 원문

雲雷,屯;君子以經綸。

한국어 번역

구름과 우레가 준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일의 질서를 짜고 다스린다.

여섯 효

제1효 · 初九
자리로 따지면양효가 제자리에넷째 효와 응한다이 효가 변하면 08 比 비

효사

한문 원문

磐桓,利居貞,利建侯。

한국어 번역

반환, 이거정, 이건후.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못한다. 바름에 머무는 것이 이롭고,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

소상전

한문 원문

雖磐桓,志行正也。以貴下賤,大得民也。

한국어 번역

비록 머뭇거려도 뜻은 바름을 행하는 데 있다. 존귀한 몸으로 비천한 이들 아래에 있으니 크게 민심을 얻는다.

제2효 · 六二
자리로 따지면가운데이면서 제자리다섯째 효와 응한다이 효가 변하면 60 節 절

효사

한문 원문

屯如邅如,乘馬班如,匪寇婚媾,女子貞不字,十年乃字。

한국어 번역

준여전여, 승마반여, 비구혼구, 여자정부자, 십년내자.

어려워하며 머뭇거린다. 말을 타고도 주저한다. 도적이 아니라 혼인을 청하는 사람이다. 여자는 바름을 지켜 혼인하지 않다가 십 년 뒤에야 혼인한다.

소상전

한문 원문

六二之難,乘剛也。十年乃字,反常也。

한국어 번역

육이의 어려움은 굳센 효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십 년 뒤에야 혼인한다는 것은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제3효 · 六三
자리로 따지면음효가 자리에 어긋남여섯째 효와 응하지 않는다이 효가 변하면 63 既濟 기제

효사

한문 원문

即鹿无虞,惟入于林中,君子幾不如舍,往吝。

한국어 번역

즉록무우, 유입우림중, 군자기불여사, 왕린.

몰이꾼 없이 사슴에게 다가가면 오직 숲속으로 들어갈 뿐이다. 군자는 기미를 살펴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 가면 어려움이 있다.

소상전

한문 원문

即鹿无虞,以從禽也。君子舍之,往吝窮也。

한국어 번역

몰이꾼 없이 사슴에게 다가가는 것은 짐승을 쫓는 것이다. 군자는 그것을 버린다. 가면 어려움에 빠져 궁해진다.

제4효 · 六四
자리로 따지면음효가 제자리에첫째 효와 응한다이 효가 변하면 17 隨 수

효사

한문 원문

乘馬班如,求婚媾,往,吉无不利。

한국어 번역

승마반여, 구혼구, 왕, 길무불리.

말을 타고도 주저한다. 혼인을 구하여 가면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다.

소상전

한문 원문

求而往,明也。

한국어 번역

구함을 받고 가는 것은 밝은 판단이다.

제5효 · 九五
자리로 따지면가운데이면서 제자리둘째 효와 응한다이 효가 변하면 24 復 복

효사

한문 원문

屯其膏;小貞吉,大貞凶。

한국어 번역

준기고. 소정길, 대정흉.

그 은택이 막혀 퍼지지 않는다. 작은 일에 바르게 하면 길하고, 큰 일에 바르게 하면 흉하다.

소상전

한문 원문

屯其膏,施未光也。

한국어 번역

은택이 막혀 있다는 것은 베풂이 아직 빛나지 못한 것이다.

제6효 · 上六
자리로 따지면음효가 제자리에셋째 효와 응하지 않는다이 효가 변하면 42 益 익

효사

한문 원문

乘馬班如,泣血漣如。

한국어 번역

승마반여, 읍혈연여.

말을 타고도 주저한다. 피눈물이 줄줄 흐른다.

소상전

한문 원문

泣血漣如,何可長也。

한국어 번역

피눈물이 줄줄 흐르니,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넷을 나란히 보기
王

왕필(王弼) 《주역주》 — 64괘 주석

이 64괘 주석의 저자는 왕필(王弼)이다. 한강백(韓康伯)은 계사전 등 일부 십익 주석의 저자로, 이 층과 구분한다.

주석 원문과 전체 번역

한문 원문

剛柔始交是以屯也不交則否故屯乃大亨也大亨則无險故利貞

往益屯也

得主則定

始於險難至於大亨而後全正故曰屯元亨利貞

雷雨之動乃得滿盈皆剛柔始交之所為

屯體不寧故利建侯也屯者天地造始之時也造物之始始於⿱冝八昧故曰草昧也處造始之時所宜之善莫善建侯也

君子經綸之時

處屯之初動則難生不可以進故磐桓也處此時也其利安在不唯居貞建侯乎夫息亂以靜守靜以侯安民在正𢎞正在謙屯難之世陰求於陽弱求於强民思其主之時也初處其首而又下焉爻備斯義宜其得民也

不可以進故磐桓也非為晏安棄成務也故雖磐桓志行正也

陽貴而陰賤也

志在乎五不從於初屯難之時正道未行與初相近而不相得困於侵害故屯邅也時方屯難正道未通涉逺而行難可以進故曰乘馬班如也宼謂初也无初之難則與五婚矣故曰匪宼婚媾也志在於五不從於初故曰女子貞不字也屯難之世勢不過十年者也十年則反常反常則本志斯獲矣故曰十年乃字

三旣近五而无冦難四雖比五其志在初不妨巳路可以進而无屯邅也見路之易不揆其志五應在二往必不納何異无虞以從禽乎雖見其禽而无其虞徒入于林中其可獲乎㡬辭也夫君子之動豈取恨辱哉故不如舍往吝窮也

二雖比初執貞不從不害已志者也求與合好往必見納矣故曰往吉无不利

見彼之情狀也

處屯難之時居尊位之上不能恢𢎞博施无物不與拯濟微滯亨于羣小而繋應在二屯難其膏非能光其施者也固志同好不容他閒小貞之吉大貞之凶

處險難之極下无應援進无所適雖比於五五屯其膏不與相得居不獲安行无所適窮困闉厄无所委仰故泣血漣如

한국어 전체 번역

강과 유가 처음 섞이므로 준이다. 섞이지 않으면 비색한다. 그러므로 준이어야 크게 형통한다. 크게 형통하면 험난함이 없으므로 바름이 이롭다.

나아가면 준난함을 더한다.

주재자를 얻으면 안정된다.

험난함에서 시작하여 크게 형통한 데 이른 뒤에야 바름을 온전히 하므로 ‘준은 크게 형통하고 바름이 이롭다’고 한다.

우레와 비가 움직여야 비로소 가득해지니, 모두 강과 유가 처음 섞여 하는 바다.

준의 몸은 편안하지 않으므로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 준은 천지가 창조를 시작하는 때다. 사물을 지음의 시작은 거칠고 어두운 데서 시작하므로 ‘초매’라 한다. 창조의 시작에 처한 때 마땅한 선은 제후를 세우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군자가 경륜할 때다.

준의 처음에 있어 움직이면 험난함이 생기므로 나아갈 수 없어 머뭇거린다. 이때 이로움은 오직 바름을 지키고 제후를 세우는 데 있지 않겠는가. 혼란을 고요함으로 그치게 하고, 고요함을 제후로 지키며, 백성을 편안하게 함은 바름을 크게 하는 데 있고, 바름을 크게 함은 겸손에 있다. 준난한 세상은 음이 양을, 약함이 강함을 구하여 백성이 그 주재자를 그리워하는 때다. 초효는 그 머리에 있으면서도 또 아래에 있으니, 효가 이 뜻을 모두 갖추어 백성을 얻기에 마땅하다.

나아갈 수 없어 머뭇거리는 것이지 편안함을 탐하여 이룰 일을 버린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머뭇거리나 뜻은 바름을 행하려는 데 있다.

양은 귀하고 음은 천하다.

뜻은 오효에 있어 초효를 따르지 않는다. 준난한 때에 바른 도가 행해지지 않고, 초효와 가깝지만 서로 얻지 못하여 침해를 받아 머뭇거린다. 이때는 바른 도가 아직 통하지 않아 멀리 가기 어려우므로 말을 탔다가 되돌아서는 모습이다. 적은 초효를 뜻한다. 초효의 험난함이 없다면 오효와 혼인할 것이므로 ‘적이 아니라 혼인할 이다’라 한다. 뜻이 오효에 있어 초효를 따르지 않으므로 ‘여자가 바르게 하여 자식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준난한 세상의 형세는 십 년을 넘지 않는다. 십 년이면 상도로 돌아오고 상도로 돌아오면 본뜻을 이루므로 ‘십 년이어야 자식을 둔다’고 한다.

삼효는 오효에 가깝고 적의 험난함이 없다. 사효도 오효에 가깝지만 그 뜻이 초효에 있어 삼효의 길을 방해하지 않는다. 나아가는 길이 쉬워 보이지만 오효의 응은 이효에 있음을 헤아리지 않으니, 가면 반드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찌 산지기 없이 짐승을 쫓는 것과 다르겠는가. 짐승을 보아도 산지기가 없는데 헛되이 숲속에 들어가면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기미’는 경계하는 말이다. 군자의 움직임이 어찌 한과 치욕을 취하겠는가. 그러므로 버리는 것만 못하고, 가면 인색하며 궁해진다.

이효는 비록 초효와 가깝지만 바름을 지켜 따르지 않으므로 사효의 뜻을 해치지 않는다. 합하여 좋게 지내기를 구하면 가서 반드시 받아들여지므로 ‘가면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한다.

저쪽의 정황을 본 것이다.

준난한 때에 존위에 있으면서 크게 펼쳐 두루 베풀어 모든 사물에게 주고 작은 막힘을 구제하지 못한다. 작은 무리에게만 형통하고 이효에 매여 있으니 ‘그 기름을 쌓아 둔다’는 것은 베풂을 빛나게 하지 못함이다. 뜻을 같이하는 자에게 굳게 매여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니, 작게 바름은 길하고 크게 바름은 흉하다.

험난함의 끝에 있고, 아래에 응원이 없으며, 나아가도 갈 데가 없다. 오효와 가깝지만 오효는 그 기름을 쌓아 두어 서로 얻지 못한다. 머물러도 편안함을 얻지 못하고 가도 갈 곳이 없어 궁곤하고 막혔으며 의지할 곳이 없으므로 피눈물을 줄줄 흘린다.

둔은 강과 유가 처음 사귀어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은 창업의 어려움이다. 왕필은 험난한 때일수록 함부로 나아가기보다 주재자를 세우고 자리와 응을 살펴야 한다고 본다.

교감·번역 주
  • 번역 원문은 Chinese Wikisource 사고전서본《周易註》권1–6의 왕필 협주다. 반절·음석·이체자 주기와 한강백의 주석은 제외했다.
출처: 周易註 (四庫全書本)/卷01 ↗

네 해석의 갈림길

갈리는 지점구오 효사를 정이천은 곤경을 점진적으로 바로잡는 정치론으로 읽지만, 주희는 그와 달리 작은 일과 큰일을 처리할 때 각각 다른 점으로 구분해 읽는다.

왕필

둔은 강과 유가 처음 사귀어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은 창업의 어려움이다. 왕필은 험난한 때일수록 함부로 나아가기보다 주재자를 세우고 자리와 응을 살펴야 한다고 본다.

정이천

정이천은 둔을 만물이 막 생겨 얽히고 아직 통하지 못한 때로 규정한다. 아래의 진은 움직임, 위의 감은 험함이므로 험한 가운데 움직이는 형세다. 이런 때에는 곧장 나아가기보다 바름을 굳게 지키고,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제후와 보좌를 세워 힘을 모아야 한다.

여섯 효의 논증도 사람과 자리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초구(첫째 자리의 양효)는 재주가 있으나 아래에 있어 머물며 도움을 구해야 하고, 육이(둘째 자리의 음효)는 정응(서로 맞은 자리의 음효와 양효가 호응함)을 지키기 위해 가까운 강효의 압박을 견딘다. 육삼은 안내자 없이 욕심을 좇는 무모함을 경계하고, 육사는 아래의 현자를 구해야 한다. 구오는 명위는 있으나 덕택이 내려가지 않는 군주의 곤경을 점진적으로 바로잡아야 하며, 상육은 도움 없이 험함의 끝에 몰린다.

주희

주희는 진과 감의 괘덕(괘가 상징하는 성질과 작용)·괘상(괘의 효 모양에서 드러나는 상징), 그리고 ‘屯’ 자가 싹이 땅을 뚫고도 아직 펴지 못한 모양이라는 훈고(옛 글자의 뜻과 쓰임을 풀이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움직일 수 있으므로 형통할 가능성은 있지만 위에 험함이 있어 바름을 지키고 서둘러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 초구가 음의 아래에 자신을 낮춰 백성을 얻는 구조에서는 군주를 세우는 점이 길하다고 설명한다.

각 효에서는 점치는 이의 조건을 세밀하게 나눈다. 육이의 혼인은 정응과 가까운 양효 사이의 구조이고, 육삼은 정응 없이 사슴을 좇는 상이라 멈추라는 경계다. 구오의 ‘小貞吉 大貞凶’은 정이천의 정치적 점진론과 달리 작은 일을 처리할 때와 큰일을 처리할 때의 점으로 구분한다. 상육은 나아갈 곳과 호응이 없어 울기만 하는 상이다.

정약용

정약용은 둔을 봄의 싹이 땅을 거의 뚫었으나 감의 험함에 막혀 아직 펴지지 못한 상태로 읽는다. 임·관에서 강유(굳센 양과 부드러운 음의 두 성질)가 옮겨 둔이 되며 진의 생명력과 감의 난관이 한 괘 안에 함께 생긴다. 그러므로 제후를 세워 황무와 혼란을 개척하는 일에는 길하지만, 개인이 길을 떠나는 일에는 불리하다. 원형리정(시작·성장·성취·바름을 가리키는 네 덕목)도 추상적 네 덕이 아니라 리의 성실함, 이오의 호응, 감의 견고함이라는 괘의 실제 구조에서 설명한다.

각 효의 점은 변괘(효가 음양으로 바뀐 뒤의 괘)와 질문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초구는 관의 높은 강이 낮은 자리로 내려와 백성에게 낮추므로 거처를 정하고 제후를 세우는 데 이롭다. 육이는 절의 혼인·임신 상을, 육삼은 기제와 두 호괘의 박을 통해 사냥에 빠지는 위험을, 육사는 수의 혼례를 말한다. 구오는 은택을 쌓아 두는 임금에게 큰 일은 흉하고 작은 일은 길하다고 구별하며, 상육은 관의 손이라는 정실과 임의 태라는 첩이 빚는 갈등을 피눈물의 상으로 풀이한다. 정약용은 길흉이 괘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나라 세우기·출행·혼인·사냥·작은 일과 큰 일처럼 질문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거듭 강조한다.

현대적으로 읽기

준괘(시작 단계의 혼란을 질서로 바꾸는 상황)

새 조직, 새 제품, 새 제도처럼 아직 역할과 절차가 굳지 않은 시작에는 추진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혼란이 생긴다. 큰 계획을 즉시 밀어붙이기 전에 책임자와 보좌자, 의사결정 규칙, 중단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 둔의 ‘勿用有攸往’은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조건 없이 서두르지 말라는 경계로 읽을 수 있다.

육삼(셋째 자리의 음효)의 사슴 사냥은 정보와 안내 없이 욕심만 앞서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반대로 육사(넷째 자리의 음효)의 혼인 비유는 자기 능력의 부족을 인정하고 필요한 사람을 찾아 협력하는 선택이다. 불확실한 시작일수록 권한과 정보, 협력 관계를 먼저 점검해야 흔들리지 않는다.

교감·번역 주
  • 屯은 이 괘명에서 ‘둔’이 아니라 ‘준’으로 읽는다.
  • 邅如와 班如는 모두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거나 되돌아서는 모양을 나타낸다. 字는 여기서 글자가 아니라 여자가 혼인한다는 뜻이다.
  • 虞는 사냥터와 짐승의 길을 아는 관리 또는 길잡이를 뜻한다. 幾는 사태의 미세한 기미를 알아차린다는 뜻으로 읽었다.
  • 膏는 기름진 혜택 또는 은택을 비유한다. 소상전의 施未光을 따라 은택이 막혀 널리 베풀어지지 못하는 상황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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