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15 卦상경
䷎

謙 겸

아래괘 艮 산 · 위괘 坤 땅

이 차례에 놓인 까닭서괘전

크게 소유한 사람은 가득 채우려 해서는 안 되므로 겸괘로 이었다.

괘사

한문 원문

亨,君子有終。

한국어 번역

형, 군자유종.

형통한다. 군자는 끝을 이룬다.

단전

한문 원문

謙,亨,天道下濟而光明,地道卑而上行。天道虧盈而益謙,地道變盈而流謙,鬼神害盈而福謙,人道惡盈而好謙。謙尊而光,卑而不可逾,君子之終也。

한국어 번역

겸은 형통한다. 하늘의 도는 아래로 내려와 도우므로 빛나고 밝으며, 땅의 도는 낮은 곳에 있으면서 위로 행한다. 하늘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덜고 겸손한 것에 더하며,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바꾸어 겸손한 곳으로 흐르게 한다.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치고 겸손한 것에 복을 주며, 사람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미워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 겸손하면 존귀한 자리에 있어도 빛나고 낮은 자리에 있어도 남이 넘을 수 없으니, 이것이 군자가 끝을 이루는 길이다.

대상전

한문 원문

地中有山,謙;君子以裒多益寡,稱物平施。

한국어 번역

땅속에 산이 있는 것이 겸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많은 데서 덜어 적은 데 보태고, 사물의 형편을 헤아려 고르게 베푼다.

여섯 효

제1효 · 初六
자리로 따지면음효가 자리에 어긋남넷째 효와 응하지 않는다이 효가 변하면 36 明夷 명이

효사

한문 원문

謙謙君子,用涉大川,吉。

한국어 번역

겸겸군자, 용섭대천, 길.

겸손하고 또 겸손한 군자다. 이를 써서 큰 내를 건너면 길하다.

소상전

한문 원문

謙謙君子,卑以自牧也。

한국어 번역

겸손하고 또 겸손한 군자는 자신을 낮추어 스스로를 기른다.

제2효 · 六二
자리로 따지면가운데이면서 제자리다섯째 효와 응하지 않는다이 효가 변하면 46 升 승

효사

한문 원문

鳴謙,貞吉。

한국어 번역

명겸, 정길.

겸손함이 밖으로 울려 드러난다. 바르게 하면 길하다.

소상전

한문 원문

鳴謙貞吉,中心得也。

한국어 번역

겸손함이 울려 드러나고 바르게 하여 길한 것은 마음속에서부터 겸손을 얻었기 때문이다.

제3효 · 九三
자리로 따지면양효가 제자리에여섯째 효와 응한다이 효가 변하면 02 坤 곤

효사

한문 원문

勞謙君子,有終吉。

한국어 번역

노겸군자, 유종길.

공로가 있으면서도 겸손한 군자는 끝을 이루어 길하다.

소상전

한문 원문

勞謙君子,萬民服也。

한국어 번역

공로가 있으면서도 겸손한 군자에게는 온 백성이 따른다.

제4효 · 六四
자리로 따지면음효가 제자리에첫째 효와 응하지 않는다이 효가 변하면 62 小過 소과

효사

한문 원문

无不利,撝謙。

한국어 번역

무불리, 휘겸.

겸손을 발휘하면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소상전

한문 원문

无不利撝謙;不違則也。

한국어 번역

겸손을 발휘하면 이롭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은 법칙을 어기지 않기 때문이다.

제5효 · 六五
자리로 따지면가운데 자리이나 제자리는 아님둘째 효와 응하지 않는다이 효가 변하면 39 蹇 건

효사

한문 원문

不富,以其鄰,利用侵伐,无不利。

한국어 번역

불부, 이기린, 이용침벌, 무불리.

부유하지 않아도 그 이웃과 함께한다. 침벌하는 데 쓰는 것이 이로우며,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소상전

한문 원문

利用侵伐,征不服也。

한국어 번역

침벌하는 데 쓰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복종하지 않는 자를 치는 것이다.

제6효 · 上六
자리로 따지면음효가 제자리에셋째 효와 응한다이 효가 변하면 52 艮 간

효사

한문 원문

鳴謙,利用行師,征邑國。

한국어 번역

명겸, 이용행사, 정읍국.

겸손함이 밖으로 울려 드러난다. 군대를 움직여 자기 고을과 나라를 치는 것이 이롭다.

소상전

한문 원문

鳴謙,志未得也。可用行師,征邑國也。

한국어 번역

겸손함이 울려 드러나는 것은 뜻을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대를 움직여 자기 고을과 나라를 칠 수 있다.

넷을 나란히 보기
王

왕필(王弼) 《주역주》 — 64괘 주석

이 64괘 주석의 저자는 왕필(王弼)이다. 한강백(韓康伯)은 계사전 등 일부 십익 주석의 저자로, 이 층과 구분한다.

주석 원문과 전체 번역

한문 원문

多者用謙以為裒少者用謙以為益隨物而與施不失平也

處謙之下謙之謙者也能體謙謙其唯君子用涉大難物无害也

牧養也

鳴者聲名聞之謂也得位居中謙而正焉

處下體之極履得其位上下无陽以分其民衆陰所宗尊莫先焉居謙之世何可安尊上承下綏勞謙匪解是以吉也

處三之上而用謙焉則是自上下下之義也承五而用謙順則是上行之道也盡乎奉上下下之道故无不利指撝皆謙不違則也

居於尊位用謙與順故能不富而用其鄰也以謙順而侵伐所伐皆驕逆也

最處於外不與内政故有名而已志功未得也處外而履謙順可以征邑國而巳

夫吉凶悔吝生乎動者也動之所起興於利者也故飲食必有訟訟必有衆起未有居衆人之所惡而為動者所害處不競之地而為爭者所奪是以六爻雖有失位无應乘剛而皆无凶咎悔吝者以謙為主也謙尊而光卑而不可踰信矣哉

한국어 전체 번역

많은 자는 겸손을 써서 덜어 내고, 적은 자는 겸손을 써서 보태 준다. 사물에 따라 베풀어 고르게 함을 잃지 않는다.

겸의 맨 아래에 있으니 겸손함 가운데서도 겸손한 자다. 겸손을 몸으로 삼을 수 있으니, 오직 군자라야 이를 써서 큰 어려움을 건너도 사물이 해치지 못한다.

‘목’은 기른다는 뜻이다.

‘운다’는 것은 명성이 들린다는 뜻이다. 자리를 얻고 중에 있으니 겸손하면서 바르다.

하괘의 극점에 있으면서 제자리를 밟고 있다. 위아래에 백성을 나누어 가질 다른 양효가 없어 뭇 음이 받드는 바가 되니 존귀함이 이보다 앞설 수 없다. 겸손의 세상에 있으면서 어찌 존귀한 자리에 편안히 있을 수 있겠는가. 위를 받들고 아래를 편안하게 하며 수고로운 가운데 겸손하여 게으르지 않으므로 길하다.

구삼 위에 있으면서 겸손을 쓰니 위에 있는 자가 아래 사람에게 낮추는 뜻이다. 육오를 받들며 겸손을 쓰고 순응하니 위로 행하는 도다. 위를 받들고 아래에 낮추는 도를 다하므로 이롭지 않음이 없다. 지휘하는 모든 일에서 겸손하여 법칙을 어기지 않는다.

존위에 있으면서 겸손과 순응을 쓰므로 부유하지 않아도 이웃을 쓸 수 있다. 겸손하고 순응하면서 침범하는 자를 정벌하므로 정벌당하는 자는 모두 교만하고 거스르는 자다.

가장 바깥에 있어 안의 정사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명성만 있을 뿐, 뜻한 공을 이루지는 못한다. 바깥에 있고 겸손과 순응을 밟으므로 자기 읍과 나라만 정벌할 수 있다.

길흉과 후회와 부끄러움은 움직임에서 생기고, 움직임이 일어나는 까닭은 이익에서 시작한다. 그러므로 음식 때문에 반드시 송사가 생기고, 송사가 생기면 반드시 무리가 일어난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있으면서 움직이는 자에게 해를 입은 일도 없고, 다투지 않는 자리에 있으면서 다투는 자에게 빼앗긴 일도 없다. 이 때문에 여섯 효에는 자리를 잃거나 응함이 없거나 강한 것에 올라탄 경우가 있어도 모두 흉함·허물·후회·부끄러움이 없다. 겸손을 주인으로 삼기 때문이다. 겸손하면 존귀해져 빛나고, 낮아져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참으로 믿을 만하다.

겸은 많은 데서 덜고 적은 데 보태어 사물의 균형을 이루는 도다. 왕필은 자리나 응이 불리해도 겸손을 주인으로 삼으면 흉·허물·후회·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다고 본다.

교감·번역 주
  • 번역 원문은 Chinese Wikisource 사고전서본《周易註》권1–6의 왕필 협주다. 반절·음석·이체자 주기와 한강백의 주석은 제외했다.
출처: 周易註 (四庫全書本)/卷02 ↗

네 해석의 갈림길

갈리는 지점정약용은 겸손의 근거를 박괘와 복괘의 효가 옮겨진 구조에서 찾지만, 정이천과 주희는 복종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위엄과 정벌도 함께 써야 한다는 점에서 같이 본다.

왕필

겸은 많은 데서 덜고 적은 데 보태어 사물의 균형을 이루는 도다. 왕필은 자리나 응이 불리해도 겸손을 주인으로 삼으면 흉·허물·후회·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다고 본다.

정이천

정이천은 겸을 덕이 있으면서도 그 덕에 머물지 않는 태도로 정의한다. 하늘·땅·귀신·사람의 네 질서가 모두 가득 참을 덜고 낮은 곳을 돕는다는 논증을 통해 겸손이 형통(길이 막힘없이 통하여 일이 풀림)하는 이유를 밝힌다. 그러나 겸손은 단순히 자신을 작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땅속에 산이 있듯 안의 덕은 높고 커야 하며, 많은 데서 덜어 적은 데 보태 사물의 형편에 맞게 고르게 하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효에서는 겸손의 진정성·지속성·한계를 구분한다. 육이(둘째 자리의 음효)는 마음속에서 얻은 겸덕이 자연히 알려지고, 구삼(셋째 자리의 양효)은 큰 공로가 있어도 끝까지 자랑하지 않아야 길하다. 육사는 임금과 공신 사이의 두려운 자리에서 늘 겸손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육오와 상육에서는 지나치게 부드러운 겸손도 경계한다. 복종하지 않는 대상을 다스리거나 자기 영역을 바로잡을 때는 굳셈과 위엄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희

주희는 겸을 ‘가진 것이 있으면서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음’으로 정의하고, 안으로 간의 멈춤을 지키고 밖으로 곤의 순함을 행하는 구조로 풀이한다. 높은 산이 낮은 땅 아래에 있는 상처럼 먼저 자신을 굽힐 수 있으면 뒤에 펴져 형통(길이 막힘없이 통하여 일이 풀림)하고 끝마침을 얻는다고 점을 정리한다.

효에서는 점치는 이가 실제로 해당 덕을 지니는지를 반복해 조건으로 삼는다. 구삼(셋째 자리의 양효)은 유일한 양효(끊기지 않은 선으로 표시한 굳센 효)이자 위아래가 귀의하는 공로자이면서도 겸손해야 하고, 육사는 구삼 위에 있으므로 편안히 여기지 말고 겸손을 더 펼쳐야 한다. 육오와 상육의 정벌은 겸손과 무조건적 양보를 같게 보지 않는다. 다만 상육은 자질이 부드럽고 지위가 없어 자기 읍을 다스리는 범위를 넘지 못한다.

정약용

겸괘는 박괘의 높은 양을 낮추고 복괘의 낮은 양을 들어 올려 삼효에 두는 괘로 해석된다. 정약용은 이를 ‘가득 찬 것을 덜고 겸손한 것을 더하는’ 천지·귀신·인간의 공통 법칙으로 읽으며, 안으로는 간의 그침과 끝마침을 지키고 밖으로는 곤의 순함을 행하는 군자(사사로운 이익보다 공적 원칙을 지키는 사람)의 덕으로 풀이한다.

여섯 효는 자신을 낮추어 수양하고, 명성이 있어도 공을 차지하지 않으며, 수고와 공로가 있어도 자랑하지 않고, 겸손한 인재를 천거하며, 복종하지 않는 세력을 법에 따라 바로잡는 여러 국면을 보인다. 정약용의 괘변(효가 옮겨지거나 바뀌어 괘가 달라지는 관계)·호체(괘 안의 겹친 효에서 다른 괘를 찾아 읽는 법)·도상 해석은 겸손을 단순한 처세가 아니라 지위·공로·정벌까지 바로 세우는 질서 원리로 확장한다.

현대적으로 읽기

겸괘(자신을 낮추고 공로와 책임을 고르게 나누는 상황)

겸손은 자신의 전문성과 공로를 부정하는 말투가 아니라, 그것을 독점적 권한으로 바꾸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성과를 낸 사람은 기여를 정확히 기록하되 다른 사람의 몫도 함께 드러내고, 더 많은 자원과 발언권이 자신에게 자동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배분 기준을 세워야 한다.

‘裒多益寡’는 모든 차이를 기계적으로 같게 만들라는 말이 아니라 많고 적음을 헤아려 베풂을 고르게 하라는 원리다. 조직에서는 필요와 책임을 살핀 자원 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육오의 ‘이용침벌’과 상육의 ‘정읍국’은 겸손이 방임이 아님을 보여 준다 — 자신을 낮추는 사람도 자기 책임 범위 안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교감·번역 주
  • 여기서 鬼神은 현대의 유령만을 뜻하지 않으며, 고대 사유에서 변화와 길흉을 드러내는 신령한 작용을 가리킨다.
  • 不富以其鄰은 재물로 이웃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이웃과 함께한다는 뜻으로 읽었다. 侵伐은 고대 정치 질서의 무력 집행을 가리킨다.
  • 邑國은 자기에게 속한 고을과 나라를 가리킨다는 전통적 해석을 따랐다. 겸손이 무력 행사를 정당화한다는 일반 명제가 아니라 고대 통치 상황의 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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